술친구가 한 명 사라졌다.
또 다른 술친구를 찾아보려고 애쓰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 술버릇이 심했기에 둘이서 만날 수 있던 게 아닐까 싶다.
술 땡긴다는 사람이 있어
친해질 겸 마시자고 꼬드기긴 했는데,
뭐 여러 이유로 거절을 했다.
근데 나 같아도 이성동료랑 1:1로 술마시는 것은 부담스러우니
나는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면 나도 예전엔 이성이랑 단 둘이서 식사하는 건 거절했으니까.
뭔가 사실 기분이 복잡하긴 하다.
사람들이 그런 말을 종종 하지 않는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자기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점점 이해가 간다.
이제 임자가 생긴 여자는 건들지 않는 게 정답이고
또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은 그 남자친구분에게도 예의가 아니기에
다른 후보군을 찾아 여기저기 수색을 해보고 있는데...
사실 신기하게도 그러니까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냥 뭐 '저 여자 밥먹자고 하면 과연 나와줄까? 형식적인 말인가?' 같은
계산만 돌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거 보면 ㅆ1발 ㅋㅋㅋ 연애 존나 많이 해본 것 같네 ㅋㅋㅋㅋ)
오늘도 친구랑 만나면서
"호호홍 좋아하는 누나가 있었는데 남친이 생겨버렸지 뭐야~" 하고
농담 삼아서 말하곤 했는데,
그냥 뭐 진짜 처량한 박지수 컨셉에 취해버렸나 싶었다.
정말로 누군가를 좋아했고 몇 년간 잊지 못했던 사랑이였기에
공무원에 발령나고서야 그 그림자에서 겨우 벗어났던 그 순수함.
순수함?
아무튼 여자한테 밥 한 번 제안했다가 거하게 까여버렸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나였는데
이젠 이런 거에도 무덤덤해지는구나 싶어서
그정도의 마음이였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성숙해진 것인지.
뭔가 헷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