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은 정말 병신 같다.
지금 이렇게 유지되는 것이 좋은데
그렇다고 또 뭔가 바뀌고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 그것도 좋다.
그래서 팀을 옮겼을때,
갑자기 새로운 업무를 한다는 짜증과 함께 새로운 걸 배운다는 설렘도 있었다.
굳이 업무뿐이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맨날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 대화를 나누면 재미가 없다.
가끔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근데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다.
내가 아싸, 찐따라서 그런 것도 있다고 본다.
예전에 타 자치구 세무직끼리 모이기로 한 적이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즐거움과 동시에
괜히 가기 싫었다.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니까.
가끔씩 내 성격이 병신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주위에 인싸라고 불릴 법한 사람들이 있으면
나는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여기저기 다 나가게 되는데
그게 아니면 나는 여기에 멈추고 웅크리고 있을 뿐이니까 말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고 동호회를 알아보고 있었다만,
뭔가 새로운 아니 아예 모르는 사람들만 가득한 곳에 간다 생각하니 두려웠다.
물론... 그거 말고도 그냥 유튜브로 통기타 강의 들으면서
내가 원하는대로 진도 나가는 게 편해서 그런 것도 있긴 한데,
내가 취미라고 해봤자.
뭐 통기타밖에 없고 혼자서 유튜브 보면서 배우는 게 좋고...
그런 이유도 있지만은...!
사실 그게 아니고 다른 취미 모임이 있다고 해도
아예 쌩판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들어간다는게 참 쉽지가 않다.
내 친구 중에 VR챗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맨날 방구석에서 게임만 쳐하면서 꼭 지들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고 친목질하나?'
하고서 썩 좋게 보질 않았다.
내가 보기엔 네이버 카페에서 지들끼리 친목질하는 것만큼이나 유치해보였으니까.
근데 요즘 생각해보면,
내가 오히려 그 친구를 비꼴 처지인가 생각해봤다.
왜냐고? 그 친구는 만난 것은 가상일지라도
결국 오프라인에서도 몇 번씩 자주 모임을 갖고 잘 어울리니까 말이다.
뭐 나에게 있어 흔히 있는 일,
'상대를 조롱하고 놀렸지만 돌아보니 나는 꼽줄 자격이 없었다.'
그런 거였다.
술을 마시고서 친구에게 그런 말을 했다.
"VR챗이라길래 또 지 같은 것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던 것 같아."
"어떤 점에서?"
"걔는 그래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잖아. 난 겁만 많아서 사람들 안만나고 다니고."
가끔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데 그건 또 무섭다.
나의 세계를 넓히고 싶다.
근데 지금 여기도 만족스럽다.
나 같은 모순적인 머저리는 얼마나 될까 싶어
가끔씩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다.
돌아보면 나는 할 줄 아는 거라곤 술 쳐마시고 추태 부리는 게 전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