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였다.
퇴근하고서 집에 들렸다가 기타 케이스를 메고서 전철에 탔다.
뭔가 긴장된 기분으로 역에서 내려서 장소에 갔다.
여러 모임 같은 곳을 가봤지만,
아예 쌩판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곳이라 살짝 무서웠다.
장소에 가니까 잘치는 분들이 있었다.
처음 오시는 분이냐고 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기타 몇 개월 쳤냐길래,
대충 얼마 안된다고 하니 음 그럼 초보반에서 수업 들으라...
그렇게 초보반 인원이 모이기 전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화려한 연주 소리에 나는 기가 눌리고 말았다.
현란한 피킹... 아 이게 고수의 품격인가?
소년 만화를 보면 그런 장면이 있지 않은가.
수준 높은 연주를 직접 목격하게 되니,
역시 내가 갈 길은 멀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초보반 수업을 듣게 되었다만...
다른 사람들이 잘 치신다고 여기있으면 안된다고 그러는 것이다.
나보고 좀 치시니까 여기 말고 치고 싶은 거 들고와서
치면 된다고 그러셨다.
근데 생각해보면 좀 인성질 같은 게
'초보'라면서 오더니 F코드, Bm코드 잘만 잡고
소리 그래도 나름대로 나는 편인데,
"호에에 저는 초보에요." 하고 온 모양새가 맞긴 하다.
특히 초보반 강의때, 뒷풀이때
내 옆자리였던 여성분께서 말씀하시길
본인은 소리 잘 안나고 티디디딕 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놈이 처음 와서 초보랍시고 오더니만
개신나게 스트로크 갈기는 거 보고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뒷풀이때,
"아 그게 제가 그 뭐냐 어 옆에 아니 혼자 치다보니 초보의 기준을 잘 몰라서"
라고 해명하긴 했다만,
(진짜 몰랐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투혼 1:1 초보만" 이란 느낌이였나보다.
아무튼 재밌긴 했다.
일단 더 높은 경지가 무엇인지 직접 체감할 수 있음과 동시에
내가 아직 그렇게 낮은 레벨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어린 시절,
'플래시'라는 프로그램을 혼자서 다듬고 있었다가
주전자닷컴 같은 사이트에 내 작품을 올리며
여러 사람들을 알아가던 그 시절 생각이 났다.
그때의 감흥하고 정말 똑같았다.
더 높은 세계를 접함과 동시에 나의 실력을 누군가가 인정해줬고
또 지금도 연락을 지내는 여러 벗들을 만났으니까.
나도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면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나 또한 더 높은 곳에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