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장례식은 회사 동료분의 결혼식이였다.

 

둘 다 가려고 했는데

동시에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해서 결혼식을 포기하고 

친구의 죽음을 함께 했다.

 

 

회사에서 묻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왜 안나왔냐고.

 

사실 친한 주사님들한테만 말했다.

 

마냥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라서 처음엔 돌려 말했는데 

하도 물어봐서 그냥 친구가 죽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것도 모르고 친한 주사님들이 ~한 이유로 결혼식 안갔구나! 하고 

장난치다가 친구가 죽었다고 말하니까 숙연한 분위기가 되어서 

괜히 대역죄인 만든 거 같아서 미안하고 그랬는데

 

이제 하도 물어봐서 그냥 말하고 다닌다.

 

괜히 돌려 말했다가 귀찮아지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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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제일 길었던 일주일이 끝났다. 

너무 힘들다.

 

목요일, 금요일은 교육 받으러 세종 갔다가 

친구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장례식, 발인까지 다 치르고 

화요일에 숙직까지 있는데 염병 시발 이거 맞나요?

 

오늘 연차 안쓰면 화요일날 뒤질 거 같아서 쉬기로 했다.

 

심신이 지치긴 했는데 사실 육체가 힘든 게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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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관련 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평상시 전화를 하지 않는 친구였다.

 

설마하는 생각에 심호흡을 하고서 전화를 받았는데, 

역시 내가 생각하는 내용이 맞았다.

 

부고 소식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친구랑 같이 걸어서 장례식장에 갔다. 

가는 길은 옛날에 우리들이 놀던 골목이였다.

 

나와 친구는 중학교 시절을 떠올렸고 

더 나아가 여러 옛날 이야기를 했다.

 

참 그런 일들도 있었구나 싶었다.

 

 

장례식장에 갔더니 익숙한 얼굴들이 제법 보였다.

 

같은 반이였던 친구들, 

익숙한 인상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게 되었다.

 

만나서 하는 말들은 당연히 옛날 이야기들이였다.

 

17세의 우리들, 18세의 우리들 그리고 이후의 우리들. 

그때 이런 일들이 있었고 저때는 그랬는데 하면서 말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몇 년 만에 이렇게나 다같이 모인 자리니까 말이다. 

그게 어떤 의미든지.

 

우리들은 이전부터 소식을 알았기에 최후의 그 순간에 

"이미 예전에 눈물을 흘렀지." 라던가 "난 눈물을 흘리지 않아." 라는 태도였으나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한 친구들은 비통한 감정을 참지 못하였다.

 

물론 그 친구들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선

지나간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나와 친구들은 장례식장에서 자리를 지키다가

각자 오후에 잠시 집에 들려서 몇 시간 정도 쉬다가

다시 식장으로 돌아오기로 했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함께 있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주말이라서 그럴 수 있었다.

 

발인은 이른 아침이였기에 잠들기엔 애매했고

또 이상하게도 피곤하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결국 몇 번 쪽잠만 잔 상태에서 버스에 탑승해

장지까지 가게 되었다.

 

우리들은 친구가 있는 관을 들었고

친구는 화장터로 옮겨졌다.

 

친구들이 하나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런 말을 했었는데, 너는 왜... 하고서 말이다.

 

나는 이상하게 그때까지 별 감흥이 없었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흘릴 눈물은 그때 다 흘렸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게 아니였다.

 

친구가 땅에 묻히고 마지막으로 잘 가라고

같은 동아리였던 사람이 나와서 시를 낭송하는데

그때부터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내 친구들은 조용히 눈물만 흘렸는데

나는 꺽꺽 대면서 울었던 거 같다.

 

한 번 눈물이 흐르니까 멈출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울고 있는 친구를 다독여주고 그랬던 거 같은데

정작 제일 서럽게 울던 건 나였다.

 

살면서 제일 길었던 일주일이 끝났다.

오늘따라 하늘이 유독 푸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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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떠났다. 

이제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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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정말 힘들었다.

 

우울감에 잠식되고 싶지 않았는데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친구를 보러 간 날에는 사실 놀란 감정이 더 강했고 

경항 없이 마음을 정리하느라 급급했던 하루였다.

 

집에 돌아오니까 친구 생각이 계속 났다.

 

앞으로 직계친족 아니면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봤던 그 모습이 이제 마지막이라고 한다.

 

그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눈을 뜨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오히려 은은히 새어나오는 슬픔이 내 마음을 더 괴롭혔다.

 

'난 왜 그렇게 무심했을까' 

라는 생각만이 머리에 맴돌았다.

 

나아진다고 막연하게 생각했기에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고, 

생명에 위험이 가는 수준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길래 안심한 내가 싫었다.

 

 

평소에 요즘 뭐하냐고 물어보기는커녕 게임이나 하겠지 하고 

연락을 드문드문 했던 사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야 근황이라 물어봤자 대답은 게임 관련 이야기뿐이니까.

 

나랑 그 친구는 취향이 달랐다. 

대학생때까지는 같았던 것 같은데 근래엔 어긋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게 어른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도 몇 번 그런 말씀을 하셨으니까. 

나중에 각자 다른 길로 떠나면서 멀어진다고 

그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그래도 그 전까진 우리는 많이 친했다. 

친한 친구를 말하라면 고민도 없이 입에서 나왔던 친구였다.

 

함께 야자를 째고서 피시방에 가기도 했고 

대학생때는 친구네 학교에 놀러가거나 

명동, 광화문 같은 장소에 같이 가기도 했다.

 

훈련을 마치고 진주에 벗어나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때도 그 친구는 그 자리에 있었다.

 

군인일 때는 휴가가 겹쳐 어쩌다 같이 본 적도 제법 있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는 친구들하고 멀어지게 되었고 

나중에는 학생과 사회인이란 입장의 차이 때문에 더 멀어졌다.

 

가끔 '이제 예전처럼 친해질 수 없는 걸까' 라는 생각만 했다가 

이제 친구가 취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들은 소식은 항암치료에 관한 내용이였다.

 

진짜 야속하단 생각이 들었다.

 

인천에서 일산, 일산에서 인천으로 가며 

창너머로 보이는 황량한 산천들이 오늘따라 가혹하게 느껴졌다.

 

 

일요일 점심쯤, 거실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다가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다.

 

여행을 취소해야 할 거 같다고.

 

저 멀리 타이베이에서 친구의 소식을 접하거나 

그 이후에 여행을 간다고 해도 내가 여행 간 기분이 들까.

 

친구가 이 소식을 들으면 싫어할 거 같지만 

도저히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그게 맞는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말은 그렇게 했고 떨린 내 가슴도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기저에 깔린 내 본성은 사실 정말 아쉬웠던 모양이다.

 

취소하고서 오후쯤에 잠시 잠들었는데 

꿈에서의 나는 타이베이에서 활짝 웃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 멀리 디화제 거리를 배경으로 하고서 말이다.

 

 

이전에 말한 것처럼 친구를 보러 간 시간은 

결혼식 끝나고 뒷풀이에 가는 도중이였다.

 

같은 나이의 두 청년이 있다. 

한 명은 이제 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을 찍었고 

한 명은 이제 저물어가는 황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련없는 두 에피소드를 엮고 싶진 않다. 

각자 모르는 사이니까.

 

다만 결혼식이 끝나자 곧장 달려가 본 것이 나의 친구고 

그게 머리 속에서 자꾸 떠나질 않는다.

 

면회가 끝나고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친구들에게 카톡이 왔다.

 

뒷풀이에 못 오냐는 그런 내용이였다. 

왜냐면 이전부터 꼭 참석해서 신나게 놀아보자고 그랬으니까.

 

하지만 답할 기분이 아니기도 하고 그 친구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그냥 적당히 대답했는데 다시보니 제법 무뚝뚝한 말투였다.

 

급한 일이 생겼다. 우린 못 간다. 

라는 내용 뿐이였으니까.

 

 

말한 것처럼 당일엔 놀란 마음이 더 컸는데 

하루 지나니까 인스타엔 여러 스토리,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환하게 웃고있는 내 친구,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운 형수님, 

그리고 그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우리들.

 

거기에 신나는 뒷풀이 영상과 사진들. 

하지만 축하해줄 여유가 없었다.

 

자꾸 내 친구가 생각났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계속 엮어서 떠오르게 되더라.

 

하필 같은 나이에, 같은 날에, 하고서 말이다.

 

 

씩씩하게 이겨내고 싶은 어른이 되고 싶은데 

아침에 평소 즐겨듣던 노래가 있어 들었더니만 

이 노래, 생각보다 멜로디가 구슬퍼서 눈물이 날 뻔했다.

 

점심시간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서도 

순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일자리에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참된 어른의 자세라 생각하면서도 그게 되질 않았다.

 

평소 게임이라도 같이 해줬으면 슬프지 않을까 하는 죄책감만 남았다.

 

 

...그럼에도 시간이 약이라고, 

화요일, 수요일이 되니 기분이 차차 나아졌다.

 

언제까지고 슬픔에 잠겨봤자, 

그 친구도 그런 모습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부터 자신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그런 친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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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감정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될 거 같아서 블로그에 작성하니까.

 

괜히 쓰다가 울고 싶고 눈물이 날 거 같아 작성하다 멈추고 

왜 이제와서 절친 행세를 하는 것일까.

 

고등학생이 지나고 이제 사회인이라고 거리를 뒀던 나였는데  

이제와서 괜한 반성감에서 나온 것일까.

 

그런 감정들이 있다가 

인스타에 내 친구와 형수님께서 해맑게 웃고 있는 결혼식.

 

그리고 내 친구들이 웃고 있는 뒷풀이 모습을 보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만 스멀스멀 올라오니 힘들다.

 

우울한 감정에 잠식되고 싶지 않다. 

걔도 내가 그러길 바랄 거 같은데 참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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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민했다. 

대만 여행을 취소했다.

 

가도 좋은 기분이 아닐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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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친구 결혼식이 있었다. 

뒷풀이에 가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연락이 왔다.

 

나하고 친구는 주저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친구의 가족분에게서 온 연락이였다. 

상태가 좋지 않기에 오늘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 것 같단 소식이었다.

 

택시를 잡고 친구와 함께 국립암센터로 향했는데 

차 안에선 침묵만 흘렀고 내 심장은 멈추지 않고 쿵쿵 뛰었다.

 

 

작년 4월 6일이였다. 

나는 승진을 했고 친구는 취업을 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까지 함께 모여서 양꼬치를 먹었다.

 

나는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한 선배랍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7월쯤 친구가 휴직했단 소식을 들었다. 

이유는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서 일을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주위에 허리가 맛이 간 친구들이 있었기에 

야 임마 너도 조심해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까진 몰랐다.

 

나중에야 알았다. 

'투명세포육종' 이란 병에 걸린 거였고 

8월 1일쯤에 의심 진단을 받았는데 9월쯤 확정되었다고 한다.

 

본인도 웃으면서 그런 말을 했다. 

디스크 그런 건 줄 알았다고.

 

 

10월쯤이였다. 

친구의 몸상태가 호전되어서 병원에 나오게 되었다.

 

숙직 근무를 마치고서 친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다른 친구랑 함께 갔는데 확연히 달라진 친구의 모습에 놀랐다.

 

머리카락 없이 빡빡 민 머리에 핼쑥해진 그의 모습.

 

하지만 그럼에도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던 그였기에 

걱정하는 것이 드러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심란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오랜만에 벗을 봐서 즐거워 하는 모습이였는데 

나는 정작 그러질 못했다.

 

심란했다.

 

 

연락이 꽤 되질 않았다. 

그러나 카톡에서 올라오는 소식만 듣다보면 호전되는 것 같고 

친구들하고 게임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나아지는구나 싶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언젠가 멀쩡히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가 오늘 연락을 받은 것이였다.

 

 

가족분을 뵙고서 병실에 들어갔다.

 

친구는 확실히 많이 힘들어보였다. 

고통이 극심하기에 착란을 일으키는 마약성 진통제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화는 할 수 있었다.

 

일이 있어 못 온 친구들을 위해 영상통화를 켰고 

그렇게 여럿이서 친구의 병문안을 함께 했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상태가 악화되었기에 슬슬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은 명을 달리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는 다른 날들처럼 덤덤하게 말했다. 

오히려 그랬기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언제나 냉소적이고 비관적이였던 너였고 그런 태도가 싫었는데 

그런 언행은 자기 자신에게도 가리지 않았고 임종 직전에도 그럴 수 있구나.

 

그러하기에 더 짜증나면서도 더 슬프게 느껴졌다.

 

죽음 앞에서도 두려울 법한데 무섭다는 말은 없었고 

예전처럼 의연하게 그 최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났고 

우리는 밖에 나와서 찾아온 다른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 부모님께 들어보니 그런 말씀을 하셨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서 불렀다고. 

평상시엔 깨어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고 잔다고 했다.

 

지금 상태로는 2주일도 버티기 힘들며 

그래서 이후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때 한 번 더 심장이 가라앉는 기분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니 진심으로 좋아했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 말을 하면서 친구의 동생분께선 울음을 참지 못하셨다. 

나 같아도 그랬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인천으로 돌아갔다.

 

쿵쿵 거렸던 심장이 가라앉고서 집에 들어갔는데 

가슴 속 감정이 갑자기 풀려서 그런가.

 

거실에서 서럽게 펑펑 울었다. 

그게 내 친구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하니까.

 

다시는 못 볼 것이라 생각하니까.

 

 

28살이란 나이, 

누구는 이제 또 다른 인생의 시작점을 찍었고 

누구는 저물어가는 황혼을 보고 있다.

 

그 생각을 하니 기분이 복잡하고 미묘했다.

 

내 친구가 그랬다. 

인생이란 원래 그랬다고.

 

원래부터 불공평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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