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정말 힘들었다.
우울감에 잠식되고 싶지 않았는데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친구를 보러 간 날에는 사실 놀란 감정이 더 강했고
경항 없이 마음을 정리하느라 급급했던 하루였다.
집에 돌아오니까 친구 생각이 계속 났다.
앞으로 직계친족 아니면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봤던 그 모습이 이제 마지막이라고 한다.
그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눈을 뜨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오히려 은은히 새어나오는 슬픔이 내 마음을 더 괴롭혔다.
'난 왜 그렇게 무심했을까'
라는 생각만이 머리에 맴돌았다.
나아진다고 막연하게 생각했기에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고,
생명에 위험이 가는 수준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길래 안심한 내가 싫었다.
평소에 요즘 뭐하냐고 물어보기는커녕 게임이나 하겠지 하고
연락을 드문드문 했던 사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야 근황이라 물어봤자 대답은 게임 관련 이야기뿐이니까.
나랑 그 친구는 취향이 달랐다.
대학생때까지는 같았던 것 같은데 근래엔 어긋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게 어른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도 몇 번 그런 말씀을 하셨으니까.
나중에 각자 다른 길로 떠나면서 멀어진다고
그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그래도 그 전까진 우리는 많이 친했다.
친한 친구를 말하라면 고민도 없이 입에서 나왔던 친구였다.
함께 야자를 째고서 피시방에 가기도 했고
대학생때는 친구네 학교에 놀러가거나
명동, 광화문 같은 장소에 같이 가기도 했다.
훈련을 마치고 진주에 벗어나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때도 그 친구는 그 자리에 있었다.
군인일 때는 휴가가 겹쳐 어쩌다 같이 본 적도 제법 있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는 친구들하고 멀어지게 되었고
나중에는 학생과 사회인이란 입장의 차이 때문에 더 멀어졌다.
가끔 '이제 예전처럼 친해질 수 없는 걸까' 라는 생각만 했다가
이제 친구가 취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들은 소식은 항암치료에 관한 내용이였다.
진짜 야속하단 생각이 들었다.
인천에서 일산, 일산에서 인천으로 가며
창너머로 보이는 황량한 산천들이 오늘따라 가혹하게 느껴졌다.
일요일 점심쯤, 거실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다가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다.
여행을 취소해야 할 거 같다고.
저 멀리 타이베이에서 친구의 소식을 접하거나
그 이후에 여행을 간다고 해도 내가 여행 간 기분이 들까.
친구가 이 소식을 들으면 싫어할 거 같지만
도저히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그게 맞는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말은 그렇게 했고 떨린 내 가슴도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기저에 깔린 내 본성은 사실 정말 아쉬웠던 모양이다.
취소하고서 오후쯤에 잠시 잠들었는데
꿈에서의 나는 타이베이에서 활짝 웃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 멀리 디화제 거리를 배경으로 하고서 말이다.
이전에 말한 것처럼 친구를 보러 간 시간은
결혼식 끝나고 뒷풀이에 가는 도중이였다.
같은 나이의 두 청년이 있다.
한 명은 이제 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을 찍었고
한 명은 이제 저물어가는 황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련없는 두 에피소드를 엮고 싶진 않다.
각자 모르는 사이니까.
다만 결혼식이 끝나자 곧장 달려가 본 것이 나의 친구고
그게 머리 속에서 자꾸 떠나질 않는다.
면회가 끝나고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친구들에게 카톡이 왔다.
뒷풀이에 못 오냐는 그런 내용이였다.
왜냐면 이전부터 꼭 참석해서 신나게 놀아보자고 그랬으니까.
하지만 답할 기분이 아니기도 하고 그 친구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그냥 적당히 대답했는데 다시보니 제법 무뚝뚝한 말투였다.
급한 일이 생겼다. 우린 못 간다.
라는 내용 뿐이였으니까.
말한 것처럼 당일엔 놀란 마음이 더 컸는데
하루 지나니까 인스타엔 여러 스토리,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환하게 웃고있는 내 친구,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운 형수님,
그리고 그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우리들.
거기에 신나는 뒷풀이 영상과 사진들.
하지만 축하해줄 여유가 없었다.
자꾸 내 친구가 생각났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계속 엮어서 떠오르게 되더라.
하필 같은 나이에, 같은 날에, 하고서 말이다.
씩씩하게 이겨내고 싶은 어른이 되고 싶은데
아침에 평소 즐겨듣던 노래가 있어 들었더니만
이 노래, 생각보다 멜로디가 구슬퍼서 눈물이 날 뻔했다.
점심시간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서도
순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일자리에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참된 어른의 자세라 생각하면서도 그게 되질 않았다.
평소 게임이라도 같이 해줬으면 슬프지 않을까 하는 죄책감만 남았다.
...그럼에도 시간이 약이라고,
화요일, 수요일이 되니 기분이 차차 나아졌다.
언제까지고 슬픔에 잠겨봤자,
그 친구도 그런 모습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부터 자신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그런 친구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