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랑 1월쯤에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
호주를 혼자 덜컥 가버려서 미안한 것도 있고
이제 여행을 갈 때마다 혼자 가니까 심심한 것도 있어서 그렇다.
편한 건 혼자가 편하지.
하지만 결국 누군가와 공유하는 추억이 없다는 건 아쉽더라.
그래서 8월부터 종종 여자친구랑 행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도 그때 일본에 대지진 징조가 보여서
여자친구가 일본은 무섭다고 말했다.
'어?! 아싸! 일본 말고 대만, 홍콩을 가면 되겠다!' 싶었다.
내가 호주에 갔다오고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냈다.
우선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는 다음과 같다.
대만(가오슝), 홍콩 - 마카오, 싱가폴 그리고 부산.
보면 알겠지만 해외는 대부분 중화권이고
국내는 부산인데, 저번에 갈 때 날씨가 아쉽고
들리지 못한 곳이 너무 많아서 미련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겨울바다의 로망, 포기할 수 없거든.
해외는 일단 대만에 가보고 싶고
홍콩 - 마카오도 가보고 싶었다.
이제 일본은 자주 가봐서 좀 식상하다고 해야하나?
저번에 호주처럼 다른 문화권에 갈 때
그 감흥이 너무 좋았다.
새로운 세계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물론 중화권도 넓게 보면 한자-유교 문화권이지만
화교 사회 특유의 분위기가 나는 좋더라.
근데 여자친구가 요즘 일본에 꽂힌듯 했다.
오사카라던가 교토 이야기를 하길래
'어...?'
내가 혹시 홍콩하고 오사카 둘 중 어디가 좋냐고
넌지시 물어보니까 오사카라고 대답했다.
아 근데 너무 홍콩이 가고 싶은 것이다.
혼자 가면 무조건 홍콩인데
둘이서 가는 거니까 같이 가는 사람도 생각해야 하고..
또 여자친구는 국내여행은 많이 갔지만
해외여행은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했다.
아니 그러면 당연히 첫 해외여행 국룰하면 오사카잖아.
주위 사람들도 이번만큼은 '친일파' 라고 부르지 않을테니
너의 노련함으로 오사카 - 교토 여행을 딱! 리드해라.
사실 그러면 내 입장에선 두려울 게 없다.
몇 번이고 가봐서 사실상 옆동네 느낌인 일본이고
예전에 친구들이랑 처음 갈 때 썼던 루트로 가면 되니까.
친구랑 라멘 먹으면서 "(친구 이름) 덕분에 루트는 금방 짤듯?"
이러니까 "ㄹㅇ 별 게 유산이냐 이런 게 유산이지. "
그런 말을 했다.
또 홍콩 여행 준비하다가 숙박비며 뭐 물가 보다가
이제 오사카 보니까 '어 쒸바 또 할 만한대?' 싶어서
괜히 내가 자주 가서 물린 것만 빼면 아주 괜찮은 여행지 같았다.
아 이래서 시발 개나소나 다 오사카 갔다오고서
난바니 우메다니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근데 또 막상 알아보니
홍콩은 숙박비나 물가가 비싸서 그렇지.
교통비는 또 나름대로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일본 가서 유니버셜 가고 이것저것 하면
결국 홍콩 여행 경비하고 크게 차이가 없다.
물론 홍콩 여행은 2박 3일이고 오사카는 3박 4일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뭐 하루쯤이니까.
게다가 닮은 사람끼리 끌리는 건지...
여자친구도 약간의 힙스터 기질이 있어서
'누구나 가는 곳이 오사카' 라고 하니까.
"엇!" 하더니 망설이는 것이다.
근데 결국 최종목적지는 '부산' 이 되었다.
홍콩이 최고니 오사카가 최고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직 학생 신분인 여자친구 입장에선
꽤나 부담이 될 것 같았고 실제로 그런 것 같았다.
게다가 여권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저번에 아쉬움만 남은 부산.
한 번 더 가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