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두서가 없을 수 있다.
세무서에서 5일 일하다가 구청으로 왔다.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구청에 왔는데 별 일 없었다.
창구는 팀하고 별개의 공간이라서
1층에 있는 팀에서 지하에 있는 창구로 내려가면 아예 다른 세계다.
전화기도 한 대밖에 없어서 조용하고
민원인도 어쩌다 가끔 오는데 그건 학생한테 시키면 되니까
밀린 일을 다 처리하니까 읽을 책을 찾게 되더라.
생각해보면 학생에겐 미안한 마음이 컸다.
괜히 1명만 뽑아서 고생한 게 아닐까...
아 씨발 생각할수록 화나네 짜증나 죽겠어.
아무튼 그래서 근무 마지막날에는
나하고 다른 주사님하고 둘이서 교대했다.
원래 2인1조로 오전, 오후 번갈아서 했는데
막날에는 오전 1명, 오후 1명 이렇게 했다.
생각보다 마지막주에 사람이 얼마 없어서
둘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나보고 마곡나루에 언제 오냐길래
'?'
나중에 와달라고 일정 언제가 되냐고 물어보길래
근데 되게 구체적으로 이날은 뭐해요 이땐 뭐해용
그러길래 이땐 부산 가고 이때는 아는 형 결혼식인디
아무튼 그렇게 정하지 못한 상태로 나중에 갈게요 ^^
언제일까? 호호 하고 넘어갔다.
근데 솔직히 그냥 흔히 사람들한테 하는 것처럼
전역하는 사람이 "어, 지수. 부산 놀러오면 연락하고." 느낌 인 줄 알았는데
진짜 윈도우에 있는 달력 키면서 물어보길래 '? 뭐여 진짜 오라고?' 싶었음.
퇴근하고서 집가는 버스에서 이제 마지막이니까
수고했다는 대략 적당히 긴 문장과 함께 계좌번호를 물어봤다.
왜냐면 급여를 줘야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주사님들이 찾아와서
"야 지수야. 다른 건 몰라도 학생 고생했으니까 급여는 후딱 주자." 라고 하셨고
나도 이호조로 지급신청을 하는 건 언제나 부담스러워서
후딱 끝낼 생각이였다.
...근데 금요일에 보낸 카톡이 일요일까지 이어짐.
보통 저런 카톡 보내면
"고생하셨어요! 주무관님도 좋은 주말되세요~" 할 줄 알았는데
'어우 일찍 잤다.' 라던가 '잘 주무셨나요' 로 아침에 톡을 보내거나
이것저것 물어보거나 자기 일상 이야기 말하길래
카톡 보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구 좋아할 때 하던 카톡 내용하고 너무 같아서.
처음에 문자로 구청 몇 층까지 오세요. 하고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서 카톡 보낼 때도 계좌번호만 보내고 끝낼 줄 알았더니
주말까지 이런저런 카톡 보내니까... 걍 신기해서.
정말, 진짜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다.
예전에도 둘이서 술마시자길래 괜히 기대했는데 그냥 동생으로 봤고
이후에도 다른 여성하고 둘이서 만났는데 아무것도 아닌 경우도 있었으니까
이제 그런 눈빛이 익숙하다.
우린 친구지? 선넘지 말아줘. 같은 눈빛들.
아무튼 그런 입장이다가
내가 보냈던 카톡 흐름 같은 걸 이제 받아보니까 감정이 요동쳤다.
원래 자기객관화 잘하는 편이라 생각하는데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고 싶은데 내가 보냈던 카톡들하고 결이 같아서
정말? 왜? 아니지? 이런 느낌만 드니까.
약속도 뭔가 쉽게쉽게 잡히고
이게 내 일이니까 도저히 모르겠어서 아는 동생 2명한테 물어봤다.
둘 다 같은 말하더라.
괜히 호들갑 떨지말고 일단 만나고서 형이 생각해보라고.
그리고 그런 말을 하더라.
평상시 형의 모습에 호감을 가지는 거일테니 평소처럼 행동하란 것이다.
오늘도 카톡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