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친한 형이 있다. 

경찰에서 일하다 왔기에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했다.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동생이기에 속마음을 알고서 모르는 척 하는걸까.

 

솔직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형하고 단 둘이 차에 있을때 내가 말했다.

 

언제부터 그 누나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잠시 있더니,

"엥!?!?!? B씨를 좋아하는 거였어!?!"

 

내가 좋아한다고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

 

그러더니 너... 너... A씨를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나하고 누구하고 같이 A씨가 예쁘긴 한데 지수랑 나이차가 좀 있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

 

내가 그래서 아니 ㅆ1발 좋아하는 사람한테 삼국지, 축구 이야기 하는 남자가 

어딨냐고 말하니까 어쨌든 받아준 거 아니냐고 (...)

 

리액션이 진짜 저랬다.(...)

'형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 하고 말했더니만, 

ㄹㅇ 저 반응이라서 '아 뭐야 이 양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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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발령이 최근에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제 기피부서에 대한 이야기 나올 것이다.

 

나는 당연히 동기가 그 좆같은 자리에 앉지 않기를 바랐고 

실제로 앉지 않아서 메신저로 축하한다고 격한 톡을 보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누군가가 앉게 되었고 

나랑 예전부터 창구에 있었는데 아직도 창구에 앉게 되었다.

 

동기 주사님이 지옥에서 벗어났다는 건 

누군가가 그 자리에 간다는 걸 의미했다.

 

그걸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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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가 명을 달리 했다.

 

힘든 감정을 톡방에다 토로했는데, 

말하면서 기분이 나아지기도 했고 좋아졌다.

 

그래서 화요일부터 힘을 내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친구를 떠나보내고 월요일쯤인가.

 

떠난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여러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 어쩌구 하는 말하는 중에 

톡방에 있는 어떤 형이 나보고 "이제 이 얘기 그만" 이라고 말했다,

 

사실 처음 읽을 땐 납득은 했다.

 

모르는 사람 이야기에다가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듣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싶었다.

 

근데 생각할수록 기분이 마냥 좋은 건 아니였다.

 

이 친구를 빼놓고서 내 20대를 이야기할 수 없고 

고등학교때 같이 놀던 경험, 대학교때 여러 고민들을 말하던 시절 

그리고 청년이 되어서 우리들의 일화들이 있었는데

 

쉽게 잊을 수 없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화요일날 슬픔에서 벗어났고 이후엔 꺼내지도 않았고 

소중한 친구의 장례식인데 당연히 그 생각밖에 나지 않는 게 정상 아닌가?

 

아니면 표현이라도 다르게 하던가. 

그냥 달랑 "이제 이 얘기 그만" 하고 딱 적으면 

보는 사람이 '아 네 시발 알겠습니다.' 하고 받아들이나?

 

통보야? 난 듣기 싫어 니 친구 이야기. 라는 의미인가?

 

슬픔을 딛고 이제 잊으란 의미인가? 

그럼 그렇게라도 적던가 딱 저것만 적으면 뭔 의미임?

 

하지말라고? 니 슬픔은 내 알 바 아니고? 네 알겠습니다. 

뭐 그정도의 슬픔도 말할 수 없는 사이라는 그런 의미인가?

 

 

매번 친한 친구를 고르라면 고민도 안하고 

입에서 나왔던 친구였다.

 

뭘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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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장례식은 회사 동료분의 결혼식이였다.

 

둘 다 가려고 했는데

동시에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해서 결혼식을 포기하고 

친구의 죽음을 함께 했다.

 

 

회사에서 묻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왜 안나왔냐고.

 

사실 친한 주사님들한테만 말했다.

 

마냥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라서 처음엔 돌려 말했는데 

하도 물어봐서 그냥 친구가 죽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것도 모르고 친한 주사님들이 ~한 이유로 결혼식 안갔구나! 하고 

장난치다가 친구가 죽었다고 말하니까 숙연한 분위기가 되어서 

괜히 대역죄인 만든 거 같아서 미안하고 그랬는데

 

이제 하도 물어봐서 그냥 말하고 다닌다.

 

괜히 돌려 말했다가 귀찮아지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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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제일 길었던 일주일이 끝났다. 

너무 힘들다.

 

목요일, 금요일은 교육 받으러 세종 갔다가 

친구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장례식, 발인까지 다 치르고 

화요일에 숙직까지 있는데 염병 시발 이거 맞나요?

 

오늘 연차 안쓰면 화요일날 뒤질 거 같아서 쉬기로 했다.

 

심신이 지치긴 했는데 사실 육체가 힘든 게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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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관련 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평상시 전화를 하지 않는 친구였다.

 

설마하는 생각에 심호흡을 하고서 전화를 받았는데, 

역시 내가 생각하는 내용이 맞았다.

 

부고 소식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친구랑 같이 걸어서 장례식장에 갔다. 

가는 길은 옛날에 우리들이 놀던 골목이였다.

 

나와 친구는 중학교 시절을 떠올렸고 

더 나아가 여러 옛날 이야기를 했다.

 

참 그런 일들도 있었구나 싶었다.

 

 

장례식장에 갔더니 익숙한 얼굴들이 제법 보였다.

 

같은 반이였던 친구들, 

익숙한 인상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게 되었다.

 

만나서 하는 말들은 당연히 옛날 이야기들이였다.

 

17세의 우리들, 18세의 우리들 그리고 이후의 우리들. 

그때 이런 일들이 있었고 저때는 그랬는데 하면서 말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몇 년 만에 이렇게나 다같이 모인 자리니까 말이다. 

그게 어떤 의미든지.

 

우리들은 이전부터 소식을 알았기에 최후의 그 순간에 

"이미 예전에 눈물을 흘렀지." 라던가 "난 눈물을 흘리지 않아." 라는 태도였으나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한 친구들은 비통한 감정을 참지 못하였다.

 

물론 그 친구들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선

지나간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나와 친구들은 장례식장에서 자리를 지키다가

각자 오후에 잠시 집에 들려서 몇 시간 정도 쉬다가

다시 식장으로 돌아오기로 했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함께 있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주말이라서 그럴 수 있었다.

 

발인은 이른 아침이였기에 잠들기엔 애매했고

또 이상하게도 피곤하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결국 몇 번 쪽잠만 잔 상태에서 버스에 탑승해

장지까지 가게 되었다.

 

우리들은 친구가 있는 관을 들었고

친구는 화장터로 옮겨졌다.

 

친구들이 하나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런 말을 했었는데, 너는 왜... 하고서 말이다.

 

나는 이상하게 그때까지 별 감흥이 없었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흘릴 눈물은 그때 다 흘렸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게 아니였다.

 

친구가 땅에 묻히고 마지막으로 잘 가라고

같은 동아리였던 사람이 나와서 시를 낭송하는데

그때부터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내 친구들은 조용히 눈물만 흘렸는데

나는 꺽꺽 대면서 울었던 거 같다.

 

한 번 눈물이 흐르니까 멈출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울고 있는 친구를 다독여주고 그랬던 거 같은데

정작 제일 서럽게 울던 건 나였다.

 

살면서 제일 길었던 일주일이 끝났다.

오늘따라 하늘이 유독 푸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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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떠났다. 

이제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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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정말 힘들었다.

 

우울감에 잠식되고 싶지 않았는데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친구를 보러 간 날에는 사실 놀란 감정이 더 강했고 

경항 없이 마음을 정리하느라 급급했던 하루였다.

 

집에 돌아오니까 친구 생각이 계속 났다.

 

앞으로 직계친족 아니면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봤던 그 모습이 이제 마지막이라고 한다.

 

그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눈을 뜨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오히려 은은히 새어나오는 슬픔이 내 마음을 더 괴롭혔다.

 

'난 왜 그렇게 무심했을까' 

라는 생각만이 머리에 맴돌았다.

 

나아진다고 막연하게 생각했기에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고, 

생명에 위험이 가는 수준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길래 안심한 내가 싫었다.

 

 

평소에 요즘 뭐하냐고 물어보기는커녕 게임이나 하겠지 하고 

연락을 드문드문 했던 사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야 근황이라 물어봤자 대답은 게임 관련 이야기뿐이니까.

 

나랑 그 친구는 취향이 달랐다. 

대학생때까지는 같았던 것 같은데 근래엔 어긋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게 어른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도 몇 번 그런 말씀을 하셨으니까. 

나중에 각자 다른 길로 떠나면서 멀어진다고 

그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그래도 그 전까진 우리는 많이 친했다. 

친한 친구를 말하라면 고민도 없이 입에서 나왔던 친구였다.

 

함께 야자를 째고서 피시방에 가기도 했고 

대학생때는 친구네 학교에 놀러가거나 

명동, 광화문 같은 장소에 같이 가기도 했다.

 

훈련을 마치고 진주에 벗어나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때도 그 친구는 그 자리에 있었다.

 

군인일 때는 휴가가 겹쳐 어쩌다 같이 본 적도 제법 있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는 친구들하고 멀어지게 되었고 

나중에는 학생과 사회인이란 입장의 차이 때문에 더 멀어졌다.

 

가끔 '이제 예전처럼 친해질 수 없는 걸까' 라는 생각만 했다가 

이제 친구가 취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들은 소식은 항암치료에 관한 내용이였다.

 

진짜 야속하단 생각이 들었다.

 

인천에서 일산, 일산에서 인천으로 가며 

창너머로 보이는 황량한 산천들이 오늘따라 가혹하게 느껴졌다.

 

 

일요일 점심쯤, 거실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다가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다.

 

여행을 취소해야 할 거 같다고.

 

저 멀리 타이베이에서 친구의 소식을 접하거나 

그 이후에 여행을 간다고 해도 내가 여행 간 기분이 들까.

 

친구가 이 소식을 들으면 싫어할 거 같지만 

도저히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그게 맞는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말은 그렇게 했고 떨린 내 가슴도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기저에 깔린 내 본성은 사실 정말 아쉬웠던 모양이다.

 

취소하고서 오후쯤에 잠시 잠들었는데 

꿈에서의 나는 타이베이에서 활짝 웃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 멀리 디화제 거리를 배경으로 하고서 말이다.

 

 

이전에 말한 것처럼 친구를 보러 간 시간은 

결혼식 끝나고 뒷풀이에 가는 도중이였다.

 

같은 나이의 두 청년이 있다. 

한 명은 이제 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을 찍었고 

한 명은 이제 저물어가는 황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련없는 두 에피소드를 엮고 싶진 않다. 

각자 모르는 사이니까.

 

다만 결혼식이 끝나자 곧장 달려가 본 것이 나의 친구고 

그게 머리 속에서 자꾸 떠나질 않는다.

 

면회가 끝나고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친구들에게 카톡이 왔다.

 

뒷풀이에 못 오냐는 그런 내용이였다. 

왜냐면 이전부터 꼭 참석해서 신나게 놀아보자고 그랬으니까.

 

하지만 답할 기분이 아니기도 하고 그 친구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그냥 적당히 대답했는데 다시보니 제법 무뚝뚝한 말투였다.

 

급한 일이 생겼다. 우린 못 간다. 

라는 내용 뿐이였으니까.

 

 

말한 것처럼 당일엔 놀란 마음이 더 컸는데 

하루 지나니까 인스타엔 여러 스토리,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환하게 웃고있는 내 친구,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운 형수님, 

그리고 그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우리들.

 

거기에 신나는 뒷풀이 영상과 사진들. 

하지만 축하해줄 여유가 없었다.

 

자꾸 내 친구가 생각났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계속 엮어서 떠오르게 되더라.

 

하필 같은 나이에, 같은 날에, 하고서 말이다.

 

 

씩씩하게 이겨내고 싶은 어른이 되고 싶은데 

아침에 평소 즐겨듣던 노래가 있어 들었더니만 

이 노래, 생각보다 멜로디가 구슬퍼서 눈물이 날 뻔했다.

 

점심시간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서도 

순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일자리에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참된 어른의 자세라 생각하면서도 그게 되질 않았다.

 

평소 게임이라도 같이 해줬으면 슬프지 않을까 하는 죄책감만 남았다.

 

 

...그럼에도 시간이 약이라고, 

화요일, 수요일이 되니 기분이 차차 나아졌다.

 

언제까지고 슬픔에 잠겨봤자, 

그 친구도 그런 모습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부터 자신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그런 친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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