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정말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좁디 좁은 내 세계가 넓어졌다.
잠시나마 펼쳐진 우주를 봤다.
세금을 축내는 내 모습이 아니라
그냥 여러 사람들이 보는 나를 봤다.
하루하루 지내며 그냥 오늘도 끝났구나.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는데
남들이 보기엔 마냥 그렇진 않겠지.
세무서에서 같이 일했던 학생들을 떠올렸다.
나는 내가 어른이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걔네를 보니까 내 나이가 체감이 되었다.
나도 누군가한테는 부담스러운 아저씨스러운 나이겠구나 싶어서
그리고 걔넨 내가 어른처럼 보이겠지.
나름대로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어른처럼.
사실 어쩌다 출퇴근하면서 몇 번 같은 버스를 탄 게 전부라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 진 모른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 것이고 실제로 그럴 것이다.
나만 나는 걔네를 보면서 '이제 어린 나이는 아니구나.' 를 체감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조사관님들이 편했다.
세무서에서 돌아와 구청에 오니 여기도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나보다 3살 어리다.
6살 어린 친구들에 비해 조금 더 연령대가 비슷해졌다.
무심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25살에 들어왔다니까 놀라더니 지금 본인의 나이였다고 한다.
난 그냥 3년 전에 합격해서 들어갔다고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들어보니까 어린 나이긴 했구나 싶었다.
게다가 남자였으니 군대 2년을 제외하면 뭐
세무서에 조사관님하고 친해졌다.
친해지고서 어쩌다보니 구청 주사님하고 껴서 셋이 술마시자고 제안이 왔다.
나는 그냥 형식상 하는 '함 술이나 마시죠.' 인 줄 알았다.
근데 나중에 연락이 왔다.
수요일쯤에 함 셋이 보자고.
존나 웃긴 건, 구청 주사님을 직접 만난 건 처음이라
내가 농담삼아서 "ㅋㅋㅋ; 게임에서 사람 만난 기분이네요." 했다.
그야 얼굴은 모르고 메신저로만 연락을 했으니까.
근데 나보고 게임에서 사람을 만났냐길래.
아 예시가 그런 것이지 실제론 없다고 했다.
그러더니 그 조사관님하고 주사님하고 동호회 어플로 만났다고
그런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 구월동에서 셋이서 술을 마셨는데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면
처음엔 세무서 직원으로서 구청 직원으로서
서로 지방세, 국세의 차이점에 대해 말하다가
나 말고 다른 2분은 6살 연상이라서
결혼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하시길래
듣다가 그냥 '어...' 하고 멍하니 듣다왔다.
아무래도 와닿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냐길래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생기셔서 마음 접었다 같은 말만 하고 끝.
ㅋㅋㅋ 세무과 사람이냐고 하길래
에잌ㅋㅋㅋ 그럴리가요 그랬는데
사실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생겼더라 이런 말 하는 것도
재밌으라고 하는 말이지.
실제론 그냥 그렇게 아련한 기분도 아니고
가끔 게임을 하다보면 "씨발 게임 터진 거 같은데" 라는 기분이 들테고
진짜로 패배하면 "애ㅡ미 이럴 줄 알았다." 라는 생각이 들텐데
딱 그 정도 느낌이다.
다만 처음엔 심란하겠지.
지난 주였나.
조만간 결혼을 한다길래 아는 형을 만났다.
군대에서 선임이였는데 내 인생의 롤모델 같은 형이였다.
그리고 군대 동기, 후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사내들끼리 만났으니까 가벼운 여자 이야기를 했지만
그 형이 말했던 공직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프라이드를 보여주는,
그러니까 여러 에피소드를 말했다.
들으면서 부끄러웠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였으니까.
일본 드라마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국민을 봉사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그 형은 그런 말을 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던 적이 없는 거 같다.
그냥 월급 따박따박 받으려고 했으니까.
오지 않을 것 같던 5월이 끝나가고
여러 일들이 있었다.
앞으로 일주일.
열심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