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연찬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원래 연찬회 같은 이야기는 듣긴 했는데
매번 나하고 상관없는 이야기겠거니 하고 넘겼더니만
올해는 우리팀 차례라고 하시더라.
호호, 이번에도 얼렁뚱땅 넘어가야지 했더니
팀에서 내가 어린 편이라 당첨되었다.
사실 뭐... 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였고
나 말고 할 사람도 없고
(솔직히 나 말고 어르신들한테 시키기엔 눈치가 보이잖아...)
나도 뭔가를 해야 나중에 팀에서 생색을 낼 수 있지 않나
하는 그런 심리에서 시작되었다.
적당히 대충 쓰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10개 자치구 중에서 5등 안에 들면 발표를 해야한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적당히 못만들어서 제출만 하고 발표는 하지않게 끔.
(무슨 시발 이렇게 보니 말이 되나 싶은데)
그래서 대충 뭐... 사실 재산세, 취득세 관련된 내용이 쓰기 좋은데
지방소득세 내용으로 쓰라는 것이다.
아 진짜 뭘 어떻게 써. 이런 세목 같지도 않은 세목으로.
진짜 막막해서 지방세 칼럼 보다가 괜찮아 보이는 게 있어서
대충 주제는 이걸로 하겠다고 정했다... 만,
되게 진부한 논제였다.
비유를 하자면,
마재윤 이후 3해처리가 대세가 되었는데
내가 고른 주제는 "우리는 왜 2햇 뮤탈을 해야 하는가?" 였다.
꽤나 구닥다리 학설인데 마땅히 쓸 것도 없고
학설을 파고들수록 반박자료는 쏟아져 나오고
처음엔 타의로 했지만 하다보니 재밌어서
깊게 탐구하면 할 수록 많이 베낀 칼럼에서 문제점도 보이더라.
근데 어떻게 이미 저걸 토대로 작성하기로 했는데
이미 뼈대를 저걸로 짜놔서 이제와서 돌이키기도 힘들고
그래서 대충 아전인수 느낌이 나는 결과물이 나왔다.
노획한 남의 나라 전차에 최신 장비를 억지로 덕지덕지 붙인 기분이랄까.
사실 원래부터 노획한 남의 나라 전차도
처음엔 막강해보이지만 다시 보면 말도 안되는 그런 느낌인건데
뭐 그런 기분이다.
근데 팀원분들의 반응은 호평일색.
"야, 논문을 써오면 어떡해..." 라고 하시더라.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만든 무언가에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싫진 않고 좋긴 하지.
속으로 히죽히죽 웃고 그랬지만,
사실 정말 제대로 만들면, 더 제대로 만들 수 있었지만 굳이 힘빼긴 싫었고
적당히 타협해서 만든 과제물인데 의외로 평이 좋다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서무 주사님께서 "이거 가능성 높으니까, 미리 발표용 PPT를 만들어라." 라고
말하셨는데, 설레발이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