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빠를 싫어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예전에 다녔던 굵직한 기업에서 떠났던 일이다.
어릴 때는 그냥 막연하게 안분지족의 삶 같아서 멋져보였고
아버지도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사는 줄 알았다.
물론 어머니는 진짜 그때 살벌하게 바가지를 긁었다지만
당사자는 뭐 괜찮으면 되겠지... 싶었다.
당신은 만족하니 아내한테는 욕먹어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시다.
어제 아버지한테 단도직입적으로 "그때 나가신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말했더니만 그런 말씀을 하셨다.
솔직히 후회된다고.
일이 힘들거나 했으면 부서를 옮기거나 하면 되는 일인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그런 표정은 처음 본 거 같았다.
이미 지나지 돌이킬 순 없지만 아쉬움과 미련이 가득한 눈빛이였다.
그치만 이제 어쩔 수 없는, 그런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