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형이 있었다.
많이 친해서 형이 말이야 형이 말이야 하면서 챙겨줬는데,
요즘은 연락을 끊었다.
끊은 걸로도 모자라 사실 뭐하는지도 모른다.
그 형은 이전부터 되게 냉정한 사람이였다.
현실적이고 시니컬했다.
좋게 말하면 그런 거고 남들 비꼬느라 바빴지.
근데 그 형은 유독 나를 좋게 봐줬던 기억이 난다.
내가 세무사, 회계사를 준비한다고 하면 "니가 무슨 ㅆㅂ" 할 줄 알았는데,
"너는 진짜 붙을 것 같다. 열심히 해라." 라고 진지하게 말하길래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나중에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니까
휴학하고서 준비를 하니 뭐 그렇게 유세떨 시험이니
되게 나를 무시하고 폄하하고 깎아내리길래 짜증나서 연락을 끊었다.
근데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뭔가 야망을 품고서 나아가는 누군가를 속으로 지지하며 응원했는데
현실에 타협하고서 한껏 낮춘 길을 걸어간다면 그 실망감은 장난 아니니까.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
이 사람은 대단하고 존경하는데, 결국 나중엔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때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
뭐 그런 거 아닐까 싶다.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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