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세무서 5일 파견 근무가 끝났다.

 

생각한 것보다 할 만 했지만 쉬운 건 아니였다. 

그냥 더도말고 딱 재산세 납기를 경험한 느낌.

 

그래도 책임의 소재가 없었기에 부담이 덜했고 

모르면 조사관님을 부르면 되기에 그러저럭 괜찮았다.

 

그리고 '5일만' 일한다는 그 조건이 심적부담을 꽤 덜어준다. 

물론 그렇다고 업무가 쉬운 건 아니라서 쉽지 않았다.

 

 

아무튼 이런저런 일을 겪고서 떠나는 날에 

조사관님들한테 그동안 고생했다고 인사하고서 퇴근했다.

 

내 옆에 앉아있는 옆에 학생들을 쳐다보며 

나는 이제 떠난다고 고생하시라고 놀렸는데

 

막상 구청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질 않았다.

 

위택스 연계가 안되면 결국 그거 다 우리 업무가 되는 거고 

또 세무서 파견 근무하느라 밀린 일들을 생각하면 마냥 좋진 않았다.

 

 

그래서 같이 일했던 여자애랑 같은 버스를 타고 

퇴근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제 편한 곳으로 가나요? 하길래 

글쎄요... 또 전산망 연계 오류가 터지면 모르겠죠? 하고 대답했다.

 

마냥 좋지는 않네요 하고 그런 말을 했다.

 

밤에 자려니까 잠이 오질 않았다. 

나는 나 나름대로 세무서에서 고생했지만 

문제가 생겨 구청에서 고생했던 주사님들이 생각났다.

 

어쩌면 세무서나 구청이나 별 차이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냥 좋진 않았다.

 

 

매번 주안역까지 걸어가 버스를 탔던 거 같은데 

이제 다시 집 앞에 있는 정거장에서 탔다.

 

그 사람이란 존나 웃긴 거 같다.

 

분명 이전까지 주안역에서 버스타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이제 다시 구청으로 출근하니까 언제 그랬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구청으로 돌아가니 여러 주사님들이 반겨줬다. 

세무서는 어땠냐고 그러길래 이런 저런 말을 하니까

 

다른 주사님이 ㅋㅋㅋ 야 지수 무용담 푼다 무용담 풀어 하면서 놀리고

 

이후 별일은 크게 없었다. 

구청에 돌아오니 역시나 일은 쌓여있었고 나름대로의 고충도 있지만, 

그럼에도 세무서보단 낫다는 생각.

 

 

세무서에서 같이 일했던 학생 애들을 떠올렸다. 

내 오른쪽에는 3명이 있었는데 정말 일을 잘했다.

 

뭔가 든든하게 서로 도와가며 하는 느낌이랄까. 

마치 3백의 안정성 같은 기분이였다.

 

그 친구들은 제법 씩씩하고 좋았는데 

세무서에서 남기고서 나홀로 떠나버린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마치 전우를 전장에 남겨두고 떠난 기분 같다고 하니까 

다른 주사님이 세무서 또 가실래요? 라고 하셔서

그정돈 아니라고 대답했다.

 

허허 살벌한 소리를...

 

 

아무튼 생각보다 세무서에서 구청으로 돌아오니 

여유롭고 한가한 분위기가 적응되질 않았다.

 

그 북적북적 거리던 순간에 애들하고 몇 마디 대화도 나누고 

조사관님들하고 떠들었던 그 추억들이 정말 있었나 싶은 기억이다.

 

마치 예비군 훈련에서 만난 아저씨들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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