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플래시 애니메이션 같은 걸 만들곤 했었다.
예전엔 '일종의 흑역사'라서 묻어두곤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왜냐면 부정할 수 없는 나의 과거이기도 하고
거기서 오늘날의 나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마치 현대 독일이 프로이센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어쩌면 근간이 되고
또 지금은 아닐지라도 분명한 것은 영향을 끼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왜 이런 말을 갑자기 꺼내냐면,
사실... 어린 시절엔 내가 만들던 애니메이션을 남들에게 보여주곤 했는데
가끔 사람들 반응이 시큰둥 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속으로 '존나 잘 만들었는데 왜?' 싶었고
더 심하면 '지들은 만들 줄도 모르면서...' 라는 생각도 했다.
(보통 이건 '10 ~ 11세'쯤)
아마 그래서 플래시를 만들던 내 친구들끼리 또 뭉쳐서
심도 깊은 플래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너의 스타일은 어쩌구 내 스타일은 저쩌구
니 연출은 어쩌구 형 연출은 저쩌구
고딩 이후엔 그런 거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반응도 미묘하고
나도 머쓱해서 진짜 친한 사람들에게만 보여줬다.
몇몇은 반응이 좋았고 이런 것도 할 줄 아냐고 놀라는 반응이였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 대략 마지막으로 플래시 만들었던 게...
아마 16년 2월쯤이였나 사실상 거의 은퇴작 비슷한 걸 만들고
플래시를 아예 만들지 않고서 그냥 지내왔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내가 만든 작품들을 보고서 느낀 점은 그거였다.
'...대단한데, 그래서 뭐...?'
그제서야 남들이 내 작품을 어떤 시선으로 봤는지 알 것 같았다.
왜냐면 내가 이제 그런 느낌이니까.
뭔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얼만큼 대단한 것인지 감도 안오고
그냥 아 개쩌는구나... 만 느낌이 왔다.
유튜브에서 가끔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나와서
오늘날 빌드는 이렇고 파훼법은 이렇다.
요즘 어떤 형이 만든 빌드, 이러하고 저러하다.
같은 말들을 하는데
내가 스타에 관심이 많고 재밌으니까 '역시 심오한 프로의 세계...!' 이러지.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이 보면
"뭔 게임하는데 학설처럼 말하고 있어" 라고 대답할 것이다.
실제로 나도 가끔 저런 생각도 들고.
사실 사람은 자기의 관심분야 아니면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그게 당연하기도 하고 세간의 인식이란 건 별 거 없다.
알아준다고 해도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야
이야 대단하다 하고 그러는거지.
종종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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