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는 무난무난하게 이기는 것을 선호했다. 

요즘들어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선수의 입장에서 승부를 본다면 

내 입장에선 당연한 것처럼 이기는 것이 좋다만, 

결국 그것은 드라마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여러 극적인 전개가 필요하고 

숙명의 라이벌, 험난한 대진운, 치열함 끝에 역전 그리고 영웅적인 모습.

 

우리나라가 2002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할 때도 

그러한 면모가 있었다.

 

당연히 질 것 같았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꺾을때 

우리가 무난히 이기는 전개는 아니였다.

 

혈투 끝에 치열하고 숨막히는 접전 끝에 이긴 것이 아닌가?

 

사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어찌저찌 꾸역꾸역 이기며 

 험난한 여정을 거쳐 '그들만의 드라마'를 쓴 나라들이 있다.

 

 

내 생각에 박정석, 허영무의 경기가 딱 그거에 적합하다고 본다.

 

박정석의 대표적인 커리어 중 '우주 닷컴 MSL' 에 참가했던 게 있다.

 

자신과 대등한 물량전을 펼칠 수 있는 최연성을 0:3으로 이기고 

조용호하고 숨막히는 접전 끝에 결승에 진출했지만, 

당시 저프전 최강자였던 마재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준우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정석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경기 내용 자체가 너무 드라마적이라는 것이다.

 

최연성하고 1경기에선 중앙 힘싸움에서 밀리며 위기가 찾아왔지만 

얼른 병력을 보충하며 신들린 스톰으로 겨우겨우 역전, 

그리고 2경기, 3경기 마인 역대박으로 최연성을 잡아버린다.

 

보면 알겠지만 무난하게 이긴 것이 아니다. 

정말 극적으로 멋지게 잡아낸 것이다.

 

그리고 다음 상대는 바로 조용호.

 

조용호 또한 저그 유저로서 저프전의 강자였는데 

그 유명한 4경기에서 오랜 장기전 끝에 중요한 한방으로 경기를 역전하고서 

5경기도 깔끔하게 조용호를 제압해버린다.

 

어쩌면 이러한 매력이 박정석이란 프로게이머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패배했다는 점에서 

이전까지의 멋진 승부를 봤으나 결국 비극적으로 끝난 것처럼 느껴지니까.

 

외모도 남성답게 선이 굵고 잘생겼는데 

경기 스타일마저 이러니... 어찌 안좋아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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