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너는 언제나 갈등을 피하려고만 한다고, 

뭐 그건 너의 스타일이니까 이해는 한다고 했다.

 

 

예전이였다.

 

나는 발령초에 정말 힘들었다. 

민원대에서 취득세 창구를 맡으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하소연하니 다들 듣기 싫다는 말뿐이였다.

 

뭐 이해는 한다. 

왜냐면 그때의 나는 확실히 힘들다 징징거리는 어린애였으니까.

 

친구들하고 멀어진 시기도 그때였다. 

친구들은 다 자기들 말만 하고 나하고는 말이 안통하니까.

 

그때부터였다. 

나하고 친했던 그 친구하고 얼마나 거리가 멀어졌을까?

 

거의 말도 안섞고 이야기도 안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불과 윗집 아랫집 사이인데도 말이다.

 

그 친구도 나한테 시비조로 말을 했으며 

나 또한 언제 손절을 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등돌리고 살았던 것이다.

 

 

오늘 살짝? 가볍게 마시고서 

집에 같이 가고 있었다.

 

예전에 친구는 내가 있던 단톡방에 나갔다.

 

나는 내 친구가 내가 싫어서 나간 줄 알았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어 그래 기어코 이제 손절각을 잡는구나?'

 

근데 내 친구는 그때 나간 이유가 다음과 같았다고 했다.

 

나의 행동이 싫어서 그런 것인데 

점점 박지수 자체도 싫어질까봐.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러한 강력한 계기가 되었던 것은 내 개인 블로그였다고 한다. 

거기에 친구에 대한 험담이 적혀있어서 그랬다고...

 

내가 그래서 "너 안보다가 왜 하필 그걸..." 이러니까 

"그러게. 나도 평소에 니 블로그 안보는데 딱 그게 있더라." 라고 대답했다.

 

처음에는 그 게시글을 보고서 진짜 엄청 화가 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알겠다는 것이다.

 

나의 심정하고 생각해보니 자기가 너무했던 것 같다고

 

뭐 사실 들으면서 나도 미안하긴 했다. 

나도 오히려 친구 뒷담을 깠으니까 말이다.

 

 

비가 다 그치고 달빛이 내리는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그렇게 서로 섭섭한 감정을 풀고서 집에 갔는데

 

사실 낯간지럽고 부끄러웠던 것은 나였다.

 

그러면서 친구는, 

"원래 가해자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

 

"이제와서 사과하는 건 늦지만 다음부터 이렇게 섭섭한 거 있으면 말해라." 

라고 말했다.

 

나도 뭐 잘난 거 없고 잘못한 것뿐이기도 하고 

머쓱하게 실실 웃다가 나중에 그냥 너도 입사하고서 힘들면 

나한테 언제든지 말하고 내가 술 사주겠다고 그러긴 했다.

 

 

철이 언제드나 싶었는데, 

우리들은 점점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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