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대학교에서 알던 사람들이 있는 톡방에서 

나의 동기였던 형이 동아리 후배들하고 잘 어울리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그 형이 부러웠다.

 

나도 아직 학생때처럼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어울리고 싶고 

뭐 그렇긴 하지만 이제 내 나이는 그럴 나이가 아니다.

 

내가 2016학년에 새내기이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 같은 고학번이나 화석을 만나면 많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편하게 여기라고? 어림없는 소리.

 

 

가끔씩 직장에서 어린 나이에 공직에 들어간다는 선택을 하다니 

사람들은 좋은 선택을 했다고 그러고 나 또한 크게 만족하는 편이다.

 

다만 가끔씩 대학교 다니는 사람들이나 졸업한 애들끼리 

우리가 학교 다닐때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면서 말을 꺼내면 

지들만 아는 이야기 해서 짜증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뭔가 그럴 때면 나의 청춘은 진작에 끝나버린 것 같기도 하고 

아쉬움과 섭섭함만 남는다.

 

내 벗들은 20대때 대학교에서 여러 추억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며 지내는데,

 

나의 20대는 어땠지?

 

3학기 동안 학교를 다니며 군복무를 2년 했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2년 했다.

 

그러다가 일도 배우고 눈치 보면서 하루하루 버티며 

여러 동기들하고 ㅆ1발 거참 족같네요 하고 지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제 20대 후반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예전에 분명 내가 썼던 게시글 중에

이제 조만간 23살인데 실감이 안난다고 적어놨지만

 

사실 지금 내가 27살이란 것이 더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나의 청춘은 무엇이였는가? 

나의 청춘은 끝났다.

 

왜 끝났냐고?

나의 청춘은 이미 진작에 매듭을 지어버렸기 때문이다.

 

대학교 1학년때 좋아하던 여학우가 있었다. 

얼굴이 둥글고 눈꼬리가 올라간 미대생 여학우가 있었다.

 

그 여학우는 딱히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고 

무엇인가 집중을 하면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한 것이 회계 공부였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는 시간이 지나

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함으로서 끝을 맺었다.

 

누군가를 좋아했었고 너무 좋아했기에 잊고자 시작한 공부였고 

결국 이걸로 뭐라도 성과는 낸 것이 세무직 공무원이였다.

 

나의 청춘은 회계 공부를 하면서 시작되었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서 나의 대장정도 끝났기에 

학업의 끝과 동시에 내 청춘의 종점인 것이다.

 

 

친한 동기는 공무원 시험을 합격하면서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했다. 

무언가를 희생해야 합격을 하는 것 같다고 대답을 하니까, 

그 사람이 이렇게 물었다.

 

"주사님은 뭘 잃었는데요?"

 

나는 나의 청춘을 바치고 공무원이 되었다고 했다.

 

"아직 20대인 새끼가 뭔 청춘을 바쳤대." 라고 말했는데, 

그냥 대충 개소리로 내 청춘을 바치고 공무원이 되었다고 말했지만 

이제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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