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이였나. 

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였다.

 

막무가내로 상경계열로 지원했지만 통계학과에 가고 싶었다.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서울에 그렇게 가고 싶었는데 서울에 가니까 좋았다.

 

21살이였다. 

회계 공부를 시작했는데 재밌었다.

 

옛날에 쓴 블로그 게시글을 보면 고민들이 많이 적혀있었다. 

공인중개사, 세무사, 관세사 같은 워딩들이 있었다.

 

당장이라도 더 높은 차원의 도전을 하고 싶었는데 

눈에는 군이라는 커다란 장벽이 있었다.

 

심란했었다.

 

 

21살의 나는,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감성적인 시기가 아니였을까 싶다.

 

밤과 낮이 바뀐 순간들이 많았고 

좁은 내 방에서 여러 생각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전역을 하고서 나를 생각해본다.

 

처음엔 청춘의 하나를 장식하는 모험이자 여정이라 생각했다. 

힘들었지만 뭔가 이런 도전이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시험에 떨어지고서 다시 스터디 카페를 돌아갔던 

나를 한 번 돌아본다.

 

내 옆자리 여자를 생각해본다. 

그 여자는 공인중개사 책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이후로 돌아오질 않았다.

 

그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저럴 수 있겠지.

 

 

시험이 끝났던 날이 생각난다.

 

진짜 아무 생각도 안들었다. 

거실에 드러누워서 시험지를 쳐다봤다.

 

끝났다. 

정말 끝났구나.

 

그런 생각만 들었다.

 

기뻐서 울 거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지긋지긋한 늪에서 벗어났구나.

 

그런 생각만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지냈나 싶은 20대다. 

돌아가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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