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서 말하면 재미도 없고
그러니까 그냥 여기다 써야겠다.
예전에 좋아하던 누나가 있었다.
근데 남자친구가 생겼다.
사실 이전부터 썸 비슷한,
그런 관계의 남자는 있는 거 같아서
조만간 술친구 없어지겠다 생각은 했다.
추측은 했는데 남친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그때부터 나도 선을 긋기 시작한 것 같다.
기간을 생각해보면 남자친구가 있을 때도
나랑 둘이서 술도 마시고 아직 연애에 생각 없다 같은 말을 한 건데
저래도 되나 싶지만 내 알 바가 아니니까 넘어갔다.
남자친구 있는 여자하고 사적인 연락 이어가는 것도 그렇고
술을 마시자함은 보통 둘이서 마시는 경우라서 그것도 일부러 거절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애인이 있는 사람하고 둘이서 술을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사적으로 연락하는 것도 좀 그래서 안했다.
상대측 애인분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이거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의 대답이 있었는데
내 친구들은 "?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감?" 라는 입장이고
(그렇기도 하지...?)
다른 여자 동기는 "? 그건 좀 아니지 않나? 내가 남자친구 생기면 연락 끊을거임?" 이러니까
그게 맞지 않나요? 하니까 개씹 오버떨지 말라고 그러시더라.
(근데 이 분 안그럴 것 같은데 존나 의외네)
이성관계에 대해선 아무튼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렇다고 치자.
근데 직장동료로서 아예 선을 긋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사내 메신저로 몇 번 연락했더니만 읽씹 or 며칠 뒤에 대답 ㅇㅈㄹ 하길래
이 개씨발 싶어서 그 이후로 연락을 아예 안했다.
진짜 주위에 지 회사에서 빡쳤던 감정 해소용으로 쓰는 양반이나
지 기분따라 대꾸하는 사람들밖에 없나 싶어서 환멸감 같은 게 들었다.
내가 시발 뭘 하든 신경도 안쓰던 양반이 요즘 들어서 디엠을 보내시더라.
예전 같았으면 우효 wwww 귀여운 연상 미녀에게서 선연락이라구 겟츄
ㅇㅈㄹ 했는데 하도 감정이 식어서 그런가.
진짜 어지간히 심심하구나 싶었다.
인스스에 요즘 올라오는 게 없어서 남자친구랑 헤어졌나 싶은데
그거까진 물어보긴 민감한 내용 같아서 넘어갔다.
아무튼 뭐 인스스에 술자리 사진 올리면
누구랑 먹냐 무슨 날 뭐 약속 있냐 그런 거 물어보시더라.
나와서 마시자 같은 말도 했는데 걍 쌩깠다.
친한 누나한테 고해성사를 했다.
(재밌게도 이 분은 가톨릭 교도다.)
사실은 살짝 흔들렸다.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골키퍼 ㅇㅈㄹ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오니까 솔직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응?' 하는 그런 게 있었다.
지금이야 술을 같이 마시는 친구들도 생겼고
외로움을 덜 타는 시기이기에 그런 것이지.
만약에 아니였으면 솔직히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지금 이런 상황인데도 흔들렸으니까.
솔직히 모르겠다.
나는 살짝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고민을 한다는 거 자체가
어쩌면 크게 흔들린 걸 수도 있고 내심 혹시 했던 것도 없지는 않겠지.
근데 여러 전략 스타일 중에서
상대방에게 낼 거 다 내주고 그런 것 같아보이다가
결국 다 보면 승패는 이미 결정난, 그런 케이스도 있지 않는가.
이창호가 그랬고 이영호가 그랬다.
뭔가 그런 느낌이였으니까.
이번에도 갔다간 구덩이에 빠져 발버둥 치는 개미꼴만 되겠다 싶어서
냉정을 되찾은 것이지 사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신기루에 벗어났다곤 못하겠다.
사실 애초에 신기루가 허상인 걸 알아도 속으니까.
여러 사람들이 연애 이야기를 하면 나는 팔짱을 끼고 들으면서
'저걸 왜 속지? 누가봐도 여지를 주는 척 가지고 놀고 있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사람은 그런 거 같다.
한심한 인생인데 그냥 어디가서 친구들에게 말하면
재미가 없어서 여기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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