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아니면 이런 말을 어디다 하나 싶다.
저번에 친구들이 내게 그런 말을 하더라.
우리들 중에선 니가 그나마 제일 낫지 않냐.
어린 나이에 괜찮은 직장도 있고 주위에 여자들도 제법 있고.
그런 말들을 하길래,
하하 쑥쓰럽지만 여자들이 보기엔 이성이 아닌갑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데 다 나를 친구로 보더라.
솔직히 좀 두렵다.
나는 진짜 그냥 평범하게 사는게 목표다.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결혼해서 애낳고 그냥 그렇게 살고 싶다.
이러다 30살 넘어가면 아예 여자랑 접점이 없을 것 같고
'독거노총각' 이라는 유튜버를 볼 때마다 점점 내 미래 같아서 불안하다.
이러다 진짜 나도 저렇게 여자 한 번 만나면 좋아죽는,
그런 사람이 되려나 싶기도 한데 그럴 것 같아서 나도 무섭다.
내 친구가 보기엔 달관한 것처럼 보이나 보다.
그런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왜냐면 최근에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다만
그 여자애는 내 친구의 친구를 좋아했고
내 친구의 친구도 그 여자애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하루종일 울적한 표정을 짓고 있긴 했는데
원래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아무튼 걔가 기분이 안좋아 보여서 다른 친구랑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은 보스니아를 빼야 판도가 아름답니
위연이 자오곡을 건넜으면 되니 마니
야 근데 10스페인 국대 공격력 개후달리지 않았냐?
같은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그 친구가 뭐 너희들 연애사업? 같은 건 어찌되고 있냐고 묻더라.
연애 사업? 이라니까 뭔가 이상하네
사실 저번에도 다른 사람이 뭐 연애 관련된? 그런 거 없냐길래
그냥 깔끔하게 없다고 했다.
대신 왜 공무원 되었는지 이야기를 풀어줬다.
아무튼 친구가 그런 말을 하길래,
내 친구는 원래부터 여자에 크게 관심이 없었고.
나는 있는데 굳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서 넘어갔다.
아니 나는 진짜 할 말이 "저기 다른 근무지에 좋아하는 누나 있음." 이 전부라서 그렇다.
진짜 딱 저정도가 끝이라서 응? 없는데? 하고 넘겼다.
그러더니 내 친구가 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했던 말이 저 저 서론에 나왔던 그 말.
내가 그래서 "야 나는 ㅆ1발 승산 없으면 시도 안하는 사람이야." 라고 대답했고
내 친구는 병법의 기본은 질 것 같은 싸움을 하지 않는 법.
네놈에게서 전략가의 기운이 느껴지는걸?
그러니까 내가 에펨 명감독 아니겠어? 하하하하 같은 병신 같은 말만 했다.
승산 없는데 왜 시도 했냐고 물어보면
가끔씩 거 시발 착각할 때도 있잖아요. 어? 개씨발! 어?!?!
참 뭐랄까 그렇다.
어떤 느낌이냐면,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북벌을 한다고 하자.
이엄은 정말 그때마다 개지랄을 했다.
"님 ㅆ1발 걍 가만히 있지. 왜 지랄하세요?"
장기적으론 결국 말라죽는 형편이다.
당장 가만히 있으면 편한 것은 사실이다.
자꾸 그 생각이 난다.
돌파할 수단도 안보이고 나는 제갈량도 아니고 뭣도 아니니
그냥 가만히 있자니 알고보니 유리한 전장은 없고.
점심 시간에 치어리더 영상이나 킥킥 거리면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다른 형이 그런 말을 했다.
맨날 그런 것만 보니까 니가 눈이 너무 높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
눈이야 높겠지. 높아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엔.
걍 그냥 이성들이 보기엔 괜찮은 지인 뭐 그정도겠지.
언제나 뭐... 그런 것처럼.
이러다 영원히 영원히 어떤 깊은 내면 속 바다에 잠겨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나중에 아득히 잠겨버려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방법도 까먹는 건 아닐까.
뭔가 발버둥이라도 쳐야하는데 점점 익숙해지고
패배감에 익숙해지면 안되는데 그냥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애들끼리 모여서나 우리들은 모솔들이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자다.
"핵미사일 못만들어 본 나라들끼리 핵을 논한다고 핵을 만드냐?!" 같은 말만 했고
모르겠다.
이러다 진짜 계속 누군가를 좋아만 하다가 끝날 것 같은데,
딱히 뭐 돌파구 이런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요즘 이성에 대해서 하는 생각은 이렇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상태지만 가슴 찢어지도록 갈망하는 건 아니고
마냥 외롭거나 그러진 않는데 또 사실 안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내 친구처럼 저렇게 여자들에게 찝쩍거리거나 여자 이야기만 맨날 하거나
그래야 사실 뭐라도 수확이 있는 건 사실인데 말이다.
실패가 두려워서 회피만 하고서 고상한 척하는 건 다른 의미의 추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막상 그 돌파할 시도조차는 못하겠지.
그런 점에서 친구가 나보다 낫다고 본다.
나는 이러다 그냥 기회만 날려먹고서 30대 중반 후반 이렇게 가겠지.
어렵다 진짜.
이러다 혼자 살다 죽겠구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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