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략 21년 9월쯤에 발령나고서
취득세 창구에 앉게 되었다.
그러다가 23년 2월말에 재산세로 옮기게 되었다.
그냥 뭔가 하루아침에 얼렁뚱땅된 것 같은데
친한 팀장님께서 "내가 너 거기 보내줄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라고 한 거 봐서
어느 정도 과장님이나 팀장님의 영향력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에는 '취득세'에서 '재산세'에 간 게,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야 아침에 갑자기 재산세 발령난 것도 그렇고
그래도 나름대로 취득세 창구로 지내면서 다른 주사님 업무 알려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떠나니까 괜히 취득세팀 사람들에게도 미안했다.
게다가 '지방세'에서 가장 빡센 부서로 TOP2를 달리는 부서가
취득세랑 재산세인데 이게 사실 좋은건가 싶기도 했다.
취득세를 하다 재산세로 발령난 나를 보며
다른 주사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석 중의 정석', '엘리트 코스', '지방세의 왕도' 라고 말이다.
뭔가 들으면서 그정돈 아닌 것 같은데... 싶었다만,
일해보니까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왜냐? 부동산 물건 대장을 끌어와서 취득세를 부과하는데
그걸 만드는 부서가 재산세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예 쌩으로 모르는 상태에서 새 업무를 하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접점이 있는 업무를 하는 것이다.
취득세를 하면서 '? 엥 시발 이게 뭐야?' 싶은 것들이 '아 이런 거였어???' 하게 되고
취득세 지식을 바탕으로 재산세를 배우니까 더욱 깊게 알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승진하고 관련이 없기에 상관없지만,
나중에 올라가 팀장급 자리를 논할 짬이 되면 '취득세 경력'은 중요하다고 한다.
실제로 팀장님들 중에서 취득세를 안했다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그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 번쯤은 해야하는 것이 취득세 업무이고 또 재산세 업무인데,
사람들이 보기엔 아직 30살이 되기 전에 지방세의 핵심을 훑고 지나갔으니
진짜 '정석을 밟는 엘리트 코스의 사나이'라는 것이다.
뭔가 사실 잘 모르겠다.
나처럼 야망 없는 사람이 이런 길을 걸어도 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