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비운의 남자 주인공처럼 여기지 말자.

 

저번에 누나들한테서 근래의 일에 대해 말하니까, 

참 뭐랄까... 그냥 후련하면서도 좋았다.

 

좋아했고 그러면서도 아닌 척 했고 

솔직하게 이런 감정이였고 그래서 이런데, 

내가 생각해도 이래서 병신 같다.

 

사실 어떤 누나는 정말 귀신처럼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그냥 솔직하게 다 말했고 또 어떤 상황과 맥락인지 바로 눈치를 챘다.

 

뭐 근데 나도 그걸 몰랐던 것은 아니다. 

내가 부정했던 것이지.

 

금요일밤에 내가 울적했던 이유는, 

여러 디테일한 사항들이 아니라

 

'왜 나를 뭣도 아닌 사람으로 보는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유로 울적한 기분이 드는가?' 

였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이 말을 하니 BSS의 정석이라며 

이거만큼 또 교과서적인 전개는 없다고 감탄을 했다.

 

나도 그래서 하하하하 미친놈 ㅋㅋㅋㅋ 하고 맞장구쳤다.

 

 

어제도 술을 마시다가 어떤 형님께서 

"너 사실 그 여자애 좋아하지 않았냐?" 라던가 

"걔 남자친구 생겼다던데..." 라던가

 

뭐 그런 말을 하길래, 

어쩌구 저쩌구 플러팅이 아니고 그 누나 원래 칭찬 받는 거 좋아해줘서 

어쩌구 저쩌구 마음에 들었으면 제가 어쩌구 저쩌구 

애초에 한 번도 예쁘단 생각 안해봤는데 어쩌구 저쩌구

 

사실 혓바닥이 길면 거짓말 같은데 

그냥 뭔가 그런 거에 흔들리는 내가 병신 같아서 

그 누나 언급만 나와도 괜히 짜증이 밀려와서 찐텐으로 짜증냈던 것 같다.

 

오죽하면 둘이 싸웠냐고 그러는데, 

그건 아니고...

 

 

정확히는 그 형들이 보기에 잘 이어질 것 같았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티를 냈던 것도 있고 그 누나도 알았겠지만, 

심심풀이 그런 존재였겠지.

 

'얼레리꼴레리~' 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였구나 싶어서 괜히 미안하다 싶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집에 11시 30분쯤 돌아갔는데 

밤이라 그런가 술을 마셔서 그런가

 

괜히 뭔가 갑자기 내가 비련의 주인공? 같은 느낌 아닌가? 

싶었다가 바로 정신을 차렸다.

 

뭔가 그 전까지 아무 감정 없었다가 

순간 남들이 말하는 그런 거.

 

"'좋아하는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생겨서 생긴 슬픔에 절어버린 나'를 사랑하는 나"

가 되어버린 느낌이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거... 정말 위험한 거니까.

 

 

일단 뭐 중요한 것은 다른 술친구부터 찾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그 누나 말고 누구랑 술 마시냐 하 시발 진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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