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하 창구에서 시간을 축내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알바하는 학생이 내게 물어보더라.
자기 머리 뭐가 바뀐 거 같냐고 물어보길래.
유심히 쳐다보는 척하며 생각을 했다.
앞머리는 아닌 거 같고...
컬은 그대로인 거 같고...
불현듯 옛날 생각이 났다.
예전에 동기가 찾아와서 내게 물어봤다.
머리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하나도 안바뀌어서 "뭐가 바뀜?" 했더니
쒹쒹 거리면서 중단발로 했다는 것이다.
이 염병 시발 사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래서 "제가 댁 남자친구도 아닌데 그런 거까지 알아야해요?!" 했는데
(이러니까 주위에 여자가 없지 ㅋㅋㅋ)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어 머리 좀 치신 거 같은데..." 하니까
놀라면서 어떻게 맞혔냐고 하는 것이다.
솔직히 그냥 찍었는데 정답인 거에 가까운데
다른 주사님들은 맞히지 못했는데 나만 맞혔다면서
드디어 알아봐주시는 분이 계시는구나 하길래
'그치 아무래도 보통 남자들은 모르지...' 하고 넘겼는데
여자 주사님들도 알아차리질 못했다고 한다. (...)
주말에 홍대 가서 예쁘게 머리를 했고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만
아무도 못알아봐서 슬펐다고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슬픈 페페의 눈빛으로다가
나도 그냥 적당히 맞장구 쳐줬는데
속으론 '아;;; 나도 찍어서 맞혔는데;;;' 싶어서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