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뭐 게임 업계에서 일할 줄 알았다.

 

지금과 달리 뭔가 포부? 이런 게 많이 컸던 것 같아서 

다시 보니까 일본에서 일하고 싶니 마니 적어놨던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 그럴 능력이 있었으면 프로그래밍을 배웠던가 

그랬어야 할 텐데 난 사실 잘 모르겠다.

 

예전엔 내가 어른이 되면 프로페셔널하고 

멋진 어른인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였다.

 

그냥 대충 오늘 어떻게 떼우고 집에 가서 놀까.

 

전문성이고 나발이고 그런 건 없고 

맨날 술이나 찾고 임기응변으로 대충 넘기고 마는 

그런 어른이 된다는 걸 알면 나 자신에게도 미안한데 

그러면서도 바뀔 생각도 없는 내가 참 한심하다.

 

 

근데 가끔은 뭐 그런 생각을 해.

 

나도 무의식적으로 어쩌면 저게 맞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결국 아닌 것, 운명, 뭐 어쩌다보니 같은 이유로 꿈을 피한 것마냥 그랬지만 

실은 나 자신도 안어울린다는 걸 알았던 게 아닐까 싶고 

그러니까 또 한편으론 미련이 없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한다.

 

누가 그런 말을 했다.

 

짝사랑이 특정 기간을 넘어가면 한 번 자신을 돌아보라고.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내가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 말을 난 이해 못했는데 최근에 이해했다.

 

뭐 결이 다른 이야기인데 비슷하게 

그런 느낌이지.

 

꿈을 이루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해 아련한 주인공마냥 

그렇게 포장하고 그러는데 별 감흥이 없긴 하지.

 

게다가 예전에 세무사를 공부했다는 사실 때문에 

'게임 개발자'를 이루지 못한 나에 대한 질문보다 

'세무사'를 이루지 못한 나에 대한 질문이 더 많지.

 

사실 둘 다 별 감흥이 없다.

 

어머니, 아버지도 그럴 것이고 

나도 그렇겠지만 지금이 좋으니까.

 

 

그냥 늘 하는 생각이다.

 

내 친구 중에서 게임 업계에서 일할 것 같지 않았던, 

그런 친구들이 그런 곳에서 일하고.

 

정작 나는 다른 길을 걷고서 나아가고 있으니까.

 

 

죽기 전에 후회할까?

 

내가 만약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당장이라도 갈 쯤, 그런 순간이 되면 그런 미련이 남을까?

 

만약 20대에 회계사, 세무사를 붙었더라면?

 

아니면 정말 사소한 후회들. 

그때 텔레캐스터를 샀어야 하는데 라던가 

그때 친구한테 거짓말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런 후회들?

 

텔레캐스터를 사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문제지만 

아무튼 그렇다.

 

 

가을이라 그런가. 

유독 옛날 생각이 난다.

 

6년 전의 가을엔 

지금의 나를 상상했을텐데

 

지금은 내가 그 시절, 그 이전의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아마 미래가 정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정해진 미래는 그래서 좋은거야.

 

불확실한 미래가 다가온다는 공포는 무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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