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제 오랜만에 초중학교때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옛날 이야기도 나왔다.

 

그 시절... 뭐 플래시 같은 걸로 수행평가도 내고 

게임도 만들었던 그 시절의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부끄러우니까 언급도 하지말라고 했다.

 

 

2000년대 초중반을 지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지툰, 플래시 같은 게 굉장히 유행했고 

당시 인터넷에 죽치고 살았던 초딩 박지수가 있었다.

 

그래서 2006년, 그러니까 10살때부터 플래시를 만들었고 

플래시 365, 주전자닷컴 같은 사이트에서 작품을 올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때도 쭉 만들었다.

 

내 인생에 '플래시 프로그램'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기술할 내용이 없을 것이다.

 

근데 그렇게 인생을 거의 보내왔던 그런... 

그런 것인데 요즘은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2020년쯤에 플래시 플레이어가 서비스를 닫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전까지 만들었던 작품들을 싹 다 녹화해서 

기록으로 남겨놨는데 지금 다시 보면 이런 생각만 든다.

 

'이거... 대단한 건가?'

 

그러니까 만들었던 경험이 이제 흐릿해지니까 

보면서도 이게 어떤지 잘 모르겠더라.

 

대충 노력해서 만든 건 알겠는데 그냥 아 대단하네 

뭐 그런 기분.

 

그러니까 기타를 치기 전에는 잉베이가 잘치는 줄 몰랐다가 

이제 기타를 배우고 나니까 잉베이는 미쳤구나를 아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이제 그 감각을 까먹었다? 그런 표현이 맞을 것이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저런 거 만들 시간에 뭐 기타를 치든 다른 걸 했으면 

뭔가 더 근사한 취미가 남았을 텐데 하는 생각.

 

이런 생각을 하는 거 자체가 추억을 부정하는 것인데도 

간혹 드는 것을 보면 이제 진짜 점점 애새끼였던 시절하고 단절되나 싶다.

 

게임하고 멀어지는 것도 

아마 애새끼였던 나하고의 갭이 커지는 것이겠지.

 

아마 10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결국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면서 절망했을 지도 모른다.

 

어쩌겠어. 

꼬우면 그때 꿈을 향해서 뭔가 더 노력했어야지.

 

그걸 위해서 다른 걸 포기할 용기조차 없던 나였기에 

지금의 내가 나온 것이겠지.

 

어쩌면 안전주의자 박지수는 고등학교때부터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왜 한 번의 실패가 너무나도 두려웠나? 

치욕스럽고? 그럴 수 있지.

 

그러면서 크는거야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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